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꼭 삼땡 때문만은 아닌데,

마음을 비우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란 없는 것 같다.
내 삶의 기쁜 순간들은 언제고
'차오르는', 혹은 '끓어오르는', 혹은 '피어나는' 느낌들과 함께였으니.

그 모든 사랑과 열정의 순간들을 떠올려 보건대,
나는 진정코 차올라 넘치고, 넘실대고, 부풀대로 부풀어 올라 터질 듯 하였다.
그런데, 이제와, 마음을 비우다니, 이건 좋은 결정인 걸까? 어쩌면 비겁한 선택은 아닐까?

많은 것이 변했다.
세월의 탓도 있지만, 그건 사실 그 무엇의 탓으로 결론 지을 수 없는 문제다.
사람이란 본디 변하기 마련이니까.

내가 벌여놓은 모든 일들이 지긋지긋해졌다. 고 말하고 싶지만,
마음을 비우기로 한 이상 그 모든 일들에 더 이상 아무런 감흥도 없어졌다. 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.

지난 날, 나는 참으로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다.
얼굴을 맞대면 누구든 일순간 벗이 되는 것으로 착각했던 까닭이다.
나는 그 누구에게든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지나치게 마음을 내주었고,
어떤 순간이 되면 홀연히 그 마음을 거두기도 하였다.
처음부터 조금도 소중하지 않았던 이들에게 넘치는 마음을 주었다 빼앗기를 반복한 것은,
한 마디로 나 자신 어떤 인간인지, 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면서 건방을 떨며 잘난 체 한 일에 불과했던 것이다.

잘못했다. 참 잘못 살았다.
그러나, 이제와 누구에게 사과하랴?

다자이 오사무를 빌어, 태어날 때 가장 출세했던 우리.
이제 벅찬 기쁨들로부터 기나 긴 이별을 해야한다.
이제 흥분의 도가니탕에서 벗어나야 한다.
온갖 잡스런 소망이란 소망들 모두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한다.

이 우울의 늪에서는 더 이상 진정한 고독을 이야기 할 수 없음을,
그건 단지 불평과 불만, 찌푸린 얼굴에 다름아니었음을,
우리는 단 한 차례도 고요와 마주하지 못했음을,
처음부터 다시 고독이라는 두 글자에 대해 배워나가야 함을 알아야 한다.

그러나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.
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.
어디 단 한 번이라도 불끈, 하지 않고 이룬 일이 있었던가? 없는 것 같다.

슬픔과 우울과 분노를 장신구처럼 착용하고,
언제라도 눈물을 쏟아낼 것 처럼 그렁그렁한 눈으로,
"제발 내 진심을 알아줘!" 라고 반복하여 소리치던 비굴하고 부끄러운 지난 날들을,
어디서부터 어떻게 찢어 불태워버릴 수 있을까?

당분간은 지독한 연기를 참아내야 할 것이다.
까마득히 오랜 옛날 이야기들까지 소각하기 위해서.
그런 사랑, 그런 우정, 그런 추억 모두 다.
 
그 때야 비로소 마음을 비우는 문제에 대해 용기 있게 꺼내볼 수 있으리.
활활 타오르는 이 마음으로는 아직은 불가능하다.  

by 사나운복숭아 | 2008/02/21 19:15 | variation writing | 트랙백 | 덧글(1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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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pipoo at 2008/02/27 17:30
꼭 삼땡 때문만은 아닌데,
건설적인 희망적인 만남이 필요할 듯 해.
그치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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